[무덤의 비밀 1부 - 열 살 공주의 비단벌레]
1,500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신라의 시간, '쪽샘 44호분'의 봉인이 마침내 풀린다. 베일에 싸여있던 고분 주인의 실체를 추적한다. 쪽샘 44호분의 진짜 주인은 누구이며, 1,500년 전 신라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화려한 안식처를 만들었을까. 시간여행자 지승현과 함께 10년간의 발굴과 복원 과정을 따라가며, 무덤이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발굴부터 축조까지, 고고학 역사를 새로 쓰는 ‘쪽샘 44호 프로젝트’ 천년 고도 경주, 왕족과 귀족의 안식처인 쪽샘지구 한복판에 거대한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돔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쪽샘 44호분의 정밀 발굴과 축조 실험이 이뤄지는 국내 유일의 실내 발굴관이다. 고분 조사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쪽샘 44호 프로젝트’는 야외가 아닌 대형 돔 시설 아래에서 조사가 진행된다는 점만으로도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규모와 심각한 훼손 상태라는 난관 앞에서도, 지붕을 세워 연구 환경을 확보한 덕분에 1,500년 전의 세밀한 흔적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밀한 추적이 가능했다. 황금의 시대를 증명하는 기록, 적석목곽분 무덤의 형태는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쪽샘 44호분은 나무 덧널 위로 돌과 흙을 쌓아 올린 전형적인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이다. 오직 4~6세기 마립간 시대에만 유행했던 신라의 이 독특한 묘제는, 부족 국가를 넘어 강력한 고대 국가로 발돋움하던 격동의 시기를 증언한다. '우두머리 중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마립간의 권위 아래, 김씨 가문은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듯 거대한 고분을 세우고 황금빛 유물들을 부장했다. 마립간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쪽샘 44호분을 통해, 신라라는 국가가 마주했던 역동적인 변화의 순간을 추적한다. 작은 유물이 가리키는 거대한 진실, 무덤의 주인은 누구인가 ‘쪽샘 44호 프로젝트’가 마주한 가장 놀라운 반전은 무덤의 크기와 대조되는 주인의 실체였다. 발굴 현장에서 칼이 발견되지 않은 점, 그리고 유독 작고 가느다란 금동 신발과 팔찌. 전문가들은 이 모든 단서를 종합해 무덤의 주인을 '열 살 안팎의 어린 여성'으로 지목했다. 그렇다면 이 어린 소녀는 대체 누구였을까. 그 결정적인 정체는 눈에 보이지 않던 '유기물 분석'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화려한 귀족의 상징인 '삼색경금'과 신라 최고위층만이 향유하던 영롱한 '비단벌레' 장식. 1,500년의 세월을 견디고 되살아난 비단벌레의 날갯짓을 통해, 무덤 속에 잠든 어린 소녀의 실체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10년의 집념, 치열한 협업으로 되살려낸 신라의 참모습 2014년 첫 삽을 뜬 ‘쪽샘 44호 프로젝트’는 유물을 수습하는 데만 장장 10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덤의 옛 위용을 되찾기 위한 축조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대사학자와 고고학자는 물론, 전통의상 전문가, 석공예 장인, 대목장까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고고학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도전이다. 단순히 흙을 걷어내는 작업을 넘어, 마립간 시대 신라의 숨결을 다시 그려내는 치열하고 치밀한 기록의 여정. 황금의 나라 신라가 감춰온 참모습을 마주하기 위한 사투